지하철 창가에 기대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.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건물과 가로등, 이름 모를 골목들 사이로 문득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생각하게 됐다. 분명 아침이었던 것 같은데, 어느새 하늘은 저녁빛을 머금고 있었고,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지 또렷하게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. 그저 흐르는 하루에 몸을 맡긴 채 여기까지 도착한 기분이었다. 어쩌면 우리의 시간 대부분은 이렇게 설명할 수 없는 채로 흘러가 버리는지도 모른다. 하지만 그 순간, 창에 비친 내 모습과 겹쳐 보이던 노을빛을 보며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용해졌다. 바뀌는 풍경과 흔들리는 감정들이 그냥 지나가 버리게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. 그래서 이 흐르는 순간들을 붙잡아, 단어와 문장으로 남기고 싶어졌다.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, 내가 느낀 이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를 글로 담아두고 싶다. 언젠가 다시 읽을 때, 오늘의 내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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